ⓒ Konami Amusement
98년 끝머리 무렵, 구 KOEX서 열렸던 게임 박람회 한켠에서 beatstage 3rd MIX를 봤을 때 La Bossanova de Fabienne와 더불어 beatmania란 게임의 존재감을 본격적으로 인지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었다. 이른바 계단 패턴의 원조가 된, 신시사이저 음계가 발하던 냉혹한 비틀림이며 보컬이 자아내는 몽환감에 휩싸인 채 등골이 서늘해질 만큼 질주하는 원곡 각 리듬의 맞물림... 이들이 귓전에 안겨준 충격에 서서히 홀려 bemani 건반 게임에 손을 내밀게 되었고 나우누리 VT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이런저런 글줄을 늘어놓고 있으니 잊으려 한들 절대 잊을 수 없는 곡으로 뇌리에 자리잡은 셈이다... 여튼 그 개성이 여럿을 널리 매료시킨 까닭에 beatmania THE FINAL 가동에 앞서 실시된 역대 인기곡 공식 투표에서 20,November (239표) 를 누르고 1위 (266표) 를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completeMIX 2 추가 어나더인 SUPER SUBWAY MIX는 근사한 부제목 때문에 재편성을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결국 계단 패턴의 강화 외에는 곡 변화에 그리 힘을 기울이지 않은 점이 불만스러웠다. BEMANI 10주년 기획에 따라 CS DistorteD에 수록. 6곡 중 옛 플레이어들을 가장 배려한 선곡이었다고 생각한다
원곡은 beatmania SUPERMIX 판과 beatmania BEST SOUNDTRACK 판으로 2종류가 있는데 후자는 전자의 처음과 끝마무리를 다듬으면서 SUPERMIX 판 종결부 사이에 전반 제 2루프 부분을 재차 추가해 놓았다. 보다 자연스러운 이어짐을 의도했던 듯 싶은데 SUPERMIX 판 만으로도 핵심은 전부 읽을 수 있을 뿐더러 별 변화도 없는 루프는 필요한 간결함마저 덜하는 사족처럼 들린다. 추가 없이 양끝만 조정하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희뿌연 가로등 조명만 무심하게 일렁이는 한밤의 너른 고가 차도
홀연히 대기를 찢으며 어둠의 끝자락에서 비어져 나온 한 움직임
나타난 방향마저 잊게 만들고 도심의 겉을 그대로 휘감는 철괴의 절규
음속이 발하는 광기를 끌어안고 한순간에 속도의 흔적으로 채워지는 공간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을, 무엇에도 속하지 않을 외로운 흐름은 시간의 분단과 공허를 넘어 어둠의 다른 끝자락으로 사라져 간다
> DRUM'N'BASS, from beatmania 3rd MIX
※ 2020/2/29 추기 이것 참.. 되돌아보면 돋는 글이군 ㅋㅋ Super Highway 2011이 IIDX로 게임화되지 못한 것은 이 시기부터 아직 현역인 플레이어로서는 안타깝다고 생각하나, King of Super Highway같은 앨범들은 냉정하게 말해서 무모한 시도였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 댄스 뮤직의 건전성 여부를 논하기 전에 공백기 동안 변화된 수요나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은 얼마나 기울였는지.. 되물어 보고 싶네 |